Artist Statement
2013

 

인간이 스스로 구축해 놓은 사회적, 제도적 맥락의 거대한 성전은 인류 역사상 엄연히 존재하나 이것조차도 결국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낸 신기루에 불과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예술가로서 이러한 지점을 수면 밖으로 드러내는 역할이 앞으로 본인이 지향해야 할 예술가적 태도가 될 것이다.

 

삶이란 욕망으로서의 자아에 기인하여 그것에 반응하고 그것을 초월하려는 결연한 의지의 여정이다. 욕망하는 본인에게 있어 빛과 어둠으로 대변되는 여성의 이원성은 언제나 내면의 반성적 자아를 눈뜨게 만들었다. 이러한 빛과 여성의 상징성은 삶의 격정을 통과한 하나의 신성한 성전(聖殿)으로 다가오며 무의식 속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심연과도 같다. 여성은 거룩한 빛의 여신이 되기도 하며 암흑과 공포의 메두사(Medusa)가 되기도 한다. 빛과 어둠, 환희와 공포, 낯섦과 신비로움, 성(聖)과 속(俗),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고 가는 빛의 양면적 속성이 그것이다. 관객의 시선에 반응하고 응시하는 여인의 제스처, 낭자하는 주체와 타자간 보이지 않는 욕망의 흔적들을 통하여 삶과 죽음의 격정을 보여준다.

 

그간 작업에서 소유할 수 없는 여성에 대한 커다란 공허감과 갈망, 애착 등에 의한 욕망은 공포 또는 신성시되고 가시화되어 커다랗고 육중한 질감의 대리만족물 또는 박제물을 탄생시켰다. 공포는 언제든 나를 사로잡는 여인에 대한 공포요, 내 존재의 이유를 제거할 만큼 강한 힘을 지닌 일종의 거세불안으로서의 공포였으며 신성은 나의 뜻대로 되지 않는 초자연적인 섭리나 빛과 동일시되는 여성의 신비감 또는 상징성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빛은 바로 여성의 초월적 신비감 내지는 상징성으로 간주되고, 내게 삶이란 이러한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서의 에고에 기인하여 그것에 반응하고 그 본질을 초월하고자하는 결연한 의지로 여겨졌었다.

 

이러한 여성의 이미지에 메두사와 같은 신화적 모티브의 기능을 의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메두사를 여성 또는 온전한 존재적 자연이나 우주로 여기면서 욕망의 관음자적 시선이나 남성적 권력의 상징적인 시선과 속성들에 대한 거세불안 공포ㅡ나는 이 공포를 일종의 양심 또는 무욕(無欲)과도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욕망을 대상화하여 나를 보고 있는 나의 시선을 역으로 바라보는 자와 같은 시선이다.ㅡ를 심어준다고 하였다. 본인이 작업에 명명하고 소재로 자주 등장시키는 메두사적 도상이 그러한데, 이 메두사적 시선의 기능을 통하여 욕망, 상처, 죽음,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메두사는 주체적 여성의 상징인 동시에 긴 머리와 눈은 욕망의 거울(반영)이자 내면을 상징하는 기표라 할 수 있다. 그 내면의 감은 눈을 번쩍 떠서 욕망을 좇는 우리들을 언제, 어느 순간 거세하여 돌로 변모시켜버릴지 모른다. 그러한 점에서 오늘날의 맹목화된 우리들에게 던지는 사자(使者)의 메시지와도 그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새롭게 발전되는 작업은 이러한 특성들을 매개로 하여 여성이 지닌 메두사적 기능을 핵심 근간으로 착안하고 구체적으로 심화한다. 특히 빛을 모으다, 빛의 제단, 메두사의 방이란 세 가지의 소주제로의 진행은 계획된 설치와 공간 연출이 의도이다. 메두사로 상징시 되는 커다란 중심의 도상과 함께 다수의 촛불을 모티브로 한 샹들리에 및 설치 작업들이 이를 증명하여 줄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제단이며 숭고미마저 느껴질 수 있는 장엄한 공간연출이 될 것이다. 전시장 곳곳의 구석진 공간에 촛불(빛) 모티브의 설치 작업들을 배치하고,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경계선상에 놓여있는 평면 도상들을 배열하여 빛과 여성성이 지닌 신성함과 초연함을 관람자들에게 암묵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들의 자연스런 조우는 빛과 어둠은 늘 공존하며 하나의 혼돈이자 언제나 존재하지만 잊혀 질 수 없는 감성임을 주지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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