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Statement
2018
육아 일기
아이가 태어나고 나의 작업 주제도 그에 맞춰 자연스레 변화하고 있다. 혹자는 나에게 육아 일기를 쓴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 말을 부정하지 않고, 또한 동의하지도 않는다.
나는 특정한 종교를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종교적인 것과 성스러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흔히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종교적인 것들과 지극히 세속적이고 개인적이라 여겨지는 것들 중에서 과연 내게 진정으로 의미 있고 성스러운 대상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종교와 믿음, 이념과 도리에 관한 사유를 바탕으로 공통되지만 다른 가치를 지닌 대상들에 관하여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주로 고민과 사건, 현실들을 작업으로 끌어들여왔는데, 이는 무분별하고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상 속 경험의 순간들을 재발견하고, 창작의 과정을 통하여 의문스러운 삶에 질서와 가치를 새롭게 부여하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현재 진행형인 육아의 경험은 새로운 작업의 근간이 되고, 하나의 종교와도 같다. 삶의 신성하고도 세속적인 궤적은 창작에 의하여 뚜렷한 흔적으로 남는다.
두 아이와 함께한 아파트 거실 속의 생활이 자연스런 삶의 터전이 되어 버린 지 오래 전 일이고, 그 소우주 안에서 하루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수많은 장난감 더미에서 회화성과 조형성을 발견해내기도 하고, 갓 말을 하기 시작한 아이들의 언어에 신비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유아용 약병의 기이한 마스코트에서 종교성을 감지하기도 하며, 한 번도 실체를 볼 수 없는 변신 로봇과 원시시대의 공룡은 어린이용 TV와 장난감에 수도 없이 부활한다. 이번 전시는 가족이라는 틀에서의 세부적인 일상이 하나의 종교가 된 순간들을 포착하였다. 부모의 도리를 다하는 마음으로, 관찰자이자 발견자가 된 것처럼 삶에 관한 의미를 되새겨 본다.
세상의 어떤 대상이나 이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모든 일들이 언제나 내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듯이 말이다. 그러나 비록 자신이 비종교적 인간이라고 여기는 사람일지라도 감추어진 형태로 남아 있는 현대의 신화나 의례에 의해 여전히 성스러움의 기억을 무의식 가운데 감추고 있다고 한 M. 엘리아데의 말처럼 모든 인간은 종교적이다. 제도화된 종교에 공감하지 못하는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에게 성스러움의 기억을 되살리도록 자극하는 것이 예술이 부여받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역할을 하고자 오늘도 난 숭고함과 비천함이 맞부딪히는 섬광을 좇고 있다.
2018
Parenting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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