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Statement





2025
네오 이콘: 게임 모드 | Game Mode
이번 신작들은 과거 종교적 도상이었던 이콘화의 특징과 개념을 되새기며 최근 육아와 가족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작가 고유의 재치와 필터링을 한 해학적인 시각을 반영한 작업들을 통하여 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일상 속 순간들의 의의를 찾고 있다. 작가가 각색하고, 맞닥뜨린 오늘날 일상의 공유를 토대로 한 새로운 성화(聖畵) 시리즈 속에서 성스러움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삶의 숭고한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로 가족 구성원과의 일상 속 반복적인 육아의 경험 중 포착된 감명 깊은 만화 영화의 시퀀스, 장난감, 스냅 사진, 기념일, 의례, 풍경, 사물, 언어 중에서 작가 스스로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대상들을 수집하며 그러한 오늘날의 일상을 이콘화의 개념을 차용하여 재해석하고, 관객과 함께 그 대상들의 성스럽고도 숭고한 모티브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전시명인 <<네오 이콘: 게임 모드>>는 작가가 아이들(자녀들)과 함께하는 현재의 생활 속에서 일련의 순간들을 게임 속 가상현실과 함께 부각시킨다. 과거와는 달리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였기에 작가는 가끔씩 아이들과 온라인 게임을 통해 가상의 전장에서 마주치곤 한다. 아들과 딸의 월등한 게임 실력과 강력한 무기들 덕분에 늘 패배의 쓴맛을 맛보고 있다. 이번 전시 또한 게임 속에서 자녀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것처럼 아이들과의 협업들로 이루어진 작품들로 대부분 구성된다. 회화 작품들은 설치 작품과 서로 연계되어 있으며 내러티브를 공유한다.
회화 작품 <Neo Icon: 가족사진-빅겜고수와 친구들>과 <Neo Icon: 가족사진-빅겜고수와 암흑물질 소총>은 자녀가 주로 플레이하는 온라인 서바이벌게임 속 전장, 즉 가상의 장소 특정적 상황과 마주하는 의미심장하고도 익숙한 풍경의 좌표를 평범한 일상의 현실 속 거실 풍경과 만나 회화적 매체로 재조합하여 재현하고, 마치 실경인 것처럼 기념비화 한다. 게임 속 주인공들은 작가의 자녀들이며 비록 아바타 형태의 게임 속 캐릭터로 활약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체이자 플레이어들은 이제는 가상공간의 특정 장소의 좌표를 정확하게 현실 속 상황처럼 인식하고, 기억하며 만남의 장소처럼 언제든 시공을 초월하며 반영할 수 있다.
게임 속에 자주 등장하는 다소 기괴한 캐릭터들은 실제품인 인형으로 언제나 우리집 침대나 거실 소파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때로는 딸아이가 품고 자기도 하는 애착 인형이다. 그들은 아이들의 주 대화상대이자 일종의 가족과 동격인 위치에 놓여 있다.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뱀(징쿠)들은 신령스러운 존재 자체이며 이미 알을 낳고 새끼들까지 탄생하였다. 이들 모두의 각각의 이름은 아이들이 지어주었고 먼 훗날까지 기억될 예정이다.
두 그림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자줏빛의 암흑물질 소총은 유명 게임 애플리케이션인 로블록스(Roblox)의 ‘빅페인트볼’이라는 명칭의 한 1인칭 슈팅(First-Person Shooter) 장르의 게임에서 일종의 끝판왕급 무적 아이템으로 매우 막강한 무기이다. 이것은 마치 불교 신화의 금강저나 북유럽신화의 묠니르에 상응하는 격으로 이해하면 쉽다. 압도적인 화력과 발사속도로 게임 속에서 상대(적들)을 손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 아이들은 게임 속의 중요한 매개물인 이 무기를 신격화하여 일종의 기념비로 만들었다. 즉 게임 픽셀로만 존재하던 대상들을 역으로 현실 속에서 스스로 종이로 입체적으로 형상을 재현한 다음 직접 색칠하거나 비슷한 색상의 종이를 활용하여 테이프로 이어 붙여서 다소 거칠고 투박하게 만들었다. 현실 속(거실)에서 가끔씩 아이들이 갖고 놀면서 반대로 가상의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 이 귀중한 무기이자 아이템들은 여전히 우리집 거실 한 귀퉁이 수납함에 보관 중이다.
<우리집 무기고-아들의 무기들>은 종이와 테이프 등의 다채로운 원색의 재료들로 구성된 아들이 장인 정신으로 하나씩 만들어간 로블록스 1인칭 유명 슈팅 게임(빅페인트볼 1, 빅페인트볼 2, 라이벌) 속 주요 무기들을 수집하여 구성한 우리집 거실 속 무기들의 일련의 집합소이다. 여기에는 암흑물질 소총들을 비롯한 게임 내에서 끝판왕급의 강력한 무기들도 함께 진열되어 있다. 실제 사용되는 무기들과 외형은 유사하지만 색상과 성능은 게임 내에서는 상당히 다른 무기들이다. 게임 속 가상현실 세계에서 접하는 이 성스러운 아이템들의 현실 속 작품으로의 재탄생과 각 아이템 고유의 속성과 조형적 특성을 통해 실제 해당 게임을 플레이 해보거나 아는 자들에게 익숙함과 신비로움을 자아내며 모든 무기들에 개별 명칭이 존재한다. 종이로 만든 입체 총들은 모두 작가의 아들이 수년에 걸쳐서 손수 제작하였으며, 현재진행형인 아이템이다. 아빠는 무기고 배경판 및 디스플레이와 연출을 담당하였다.
<유니콘 총이 있는 우리집 무기고-딸의 무기들>은 <우리집 무기고-아들의 무기들>과 비슷한 맥락의 더 어린 딸의 무기(빅페인트볼 1) 버전이다. 아들의 무기들이 게임 속 총들의 외형을 사실적으로 재현, 고증했다고 한다면 딸의 무기들은 어린 자녀의 머릿속 상상의 이미지들이 더해져 둥글둥글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었다. 역시 딸이 오랜 기간 제작하였으며, 아빠는 무기고 배경판과 디자인, 디스플레이와 연출을 담당한다.
<잘 타고 갑니다-뇌절탑(투머치 타워)>는 역시 아이들이 즐겨 하는 로블록스 타워 게임의 모티브를 통하여 장난감 블록들을 통해 투머치스러운 탑의 형상을 쌓아 구성되었다. 층간소음방지용 유아용 매트 위에 구성되어 바퀴가 달린 작품의 외형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지나가는 어린 시절이라는 주제를 ‘잘 타고 갑니다’란 작품명을 통해 동시에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잘 타고 갑니다’라는 작품명은 아이들이 블록 놀이를 했던 과거 시절에 직접 몇몇의 블록들에 써 놓은 ‘잘 타고 갑니다’, ‘잘 묵고 갑니다’ 등의 낙서 중 하나이다. 관객이 작품 앞에 서면 센서가 반응하며 2개의 투명한 반구가 마찰음을 내며 돌면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반구 외부에는 아이들이 즐겨하는 좋아하는 게임 속 아바타들이 글라스데코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품 하단부의 LED 파라이트 컨트롤러를 통하여 천장에 게임 속 주인공들과 총알 등이 잔상이 비추어진다. 다채로운 원색의 블록의 색상들이 자동 변환되는 파라이트 조명에 맞추어 게임 속 빛깔처럼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관객 참여형 게임으로 작품 왼편에 비치된 구슬들을 블록 탑의 시작 표기점에 투입하여 도착지까지 통과하는 구슬 슬라이드 놀이를 즉석에서 즐겨볼 수도 있다. 그리고, <네오 이콘: 게임 모드>의 전시명을 포괄하는 단채널 사운드(총 41′39″)가 무한 반복 재생되며 본 작품 내에 포함되어 있는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요 게임들의 플레이 사운드 및 이를 즐기고 있는 아이들의 효과음 및 의성어들로 구성된다.
<네오 이콘: 종이 인형 시리즈-로블록스 성화(성인기록화) 시리즈-수많은 아이들>
어느날 종이 인형을 만들어 몇 시간이고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심심할 때마다 끄적끄적 종이에 각기 다른 개성 강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을 그리곤 했는데 그것이 몰입형 가상현실 세계인 로블록스 게임속 아바타를 상상하면서 꾸미고 그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캐릭터 자체에 개성이 강하고 실제로 아이들이 게임 속 세상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바타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 드로잉들을 아빠로서 소중히 간직하고 보존 기록 해두고 싶었다. 보존과 기록을 위하여 어느 순간 아이들에게 더 튼튼하고 두꺼운 종이를 제공해 주었고, 아이들이 드로잉을 완성하고 나면 광배 모양으로 오려내고 그에 걸맞게 다양한 빛깔의형광 및 축광 색채와 황금색 인테리어 벽지를 활용한 콜라주를 접목하여 캔버스에 옮기고 최근에는 후광 효과를 위한 다양한 색채의 LED까지 설치하면서 다채로운 빛깔의 작품으로 날개를 달아주는 마음으로 하나둘 제작을 하고 있다. 아이의 멋진 드로잉 작품이 이내 사라져 버리는 것이 너무 아까운 까닭도 있었지만 끊임없이 그려대는 반복적인 캐릭터들이 아이에겐 하나의 분신이자 히어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인도 가끔 아이들과 무한한 온라인의 체험 세상인 로블록스 게임을 하곤 하는데, 그 안에서 딸아이가 플레이하는 개성 만점의 파랑색 머리의 소녀 캐릭터를 만나면 곧 ‘아바타=아이’의 등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그 자체 그대로 예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그저 게임 속 세상의 상징일 뿐이지만 시공을 초월해서 본인에겐 늘 어여쁜 아이의 모습처럼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고, 그만큼 소중하고 반가운 존재이다. 성화를 그리고 대하는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모으고,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오늘날 가상과 현실의 구분은 이제는 상당히 모호해졌으며 오직 시공을 초월하여 그 순간 가족(소중한 아이들)과 함께 했다(함께 시간을 보냈다)라는 사실 자체가 더 소중하게 기억될 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 작업들과 전시는 가족과 함께한 시간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본인에게 더더욱 의미 있는 가족사진의 기록화이자 일종의 새로운 성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