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Statement
2024
네오 이콘-가족사진 | Neo Icon-Family Photo
전통적으로 이콘화는 종교·신화 등의 관념체계를 바탕으로 특정한 의의를 지니고 제작된, 즉 주로 도상화(성상)로 표현되어 신성시되거나 숭배를 받는 예술작품을 말한다. <Neo Icon>은 말 그대로 새로운 이콘화 프로젝트이다. 이 새로운 이콘화는 전통적 관점으로는 이콘화의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작가가 포착하고 의미를 부여한 비종교적 대상이 전해주는 성스러움은 종교적 성상이 전하는 메시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여긴다.
조현익은 주로 가족 구성원과의 일상 속 반복적인 육아의 경험 중 포착된 감명 깊은 순간들이나 아이들과 즐겨보았던 만화 영화의 시퀀스, 장난감, 스냅 사진, 기념일, 의례, 풍경, 사물, 언어 등에서 스스로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대상들을 수집하며 그러한 오늘날의 일상을 이콘화의 개념을 차용하여 재해석하고, 관객과 함께 그 대상들의 성스럽고도 숭고한 모티브들을 공유한다.
이를테면 작가는 회화의 형식에 주로 콜라주 기법을 더하여 이콘화의 특징인 금빛 찬란한 배경과 후광 효과를 끌어들여 평범한 일상에 종교성을 불어넣기도 하고, 일상의 경험 속에서 우연히 느껴졌던 숭고한 감정과 특정 장소에 관한 추억을 회화적 표현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강조하기도 한다.
조현익은 제도화된 종교에 공감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포함한 현대인들에게 성스러움의 기억을 되살리도록 자극하는 것이 예술이 부여 받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Neo Icon-가족사진> 연작들은 가족이라는 틀에서의 세부적인 일상이 하나의 종교가 된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자신이 비종교적 인간이라고 여기는 사람일지라도 감추어진 형태로 남아있는 현대의 신화나 의례에 의해 여전히 성스러움의 기억을 무의식 가운데 감추고 있다고 한 M. 엘리아데의 말을 대변하듯, 오늘날 전형적인 가족사진의 연출된 프레이밍 효과(미장센)와도 같은 작품 속 현실의 상황을 통하여 평범한 인간의 기념비적인 종교적 측면을 강조한다. 그는 이미 2017년 무렵부터 <믿음의 도리-가족사진>과 <믿음의 도리-탄생> 연작 등을 통하여 이러한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어 왔으며, 이번 전시의 대표 작품인 <Neo Icon: 가족사진-어느 할로윈 데이> 역시 그 연장선상의 주제에 놓여 있다.
<Neo Icon-말(word)> 시리즈는 평소 가족과 함께 방문하는 장소들이나 특정 사물에 관한 기억을 되새기고 기록하는 작업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일상의 대수롭지 않은 장소와 사물일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공유한 경험은 성스럽고도 특별하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Neo Icon: 녹으랜드>와 <Neo Icon: 맥칼보칼>은 아이에게 부모가 언어를 전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언어 습득의 미숙함과 그에 따른 특정장소에 관한 결코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를 기록하고 기억 속에 재생코자 하였다.
<Neo Icon: 가족사진-분수대>는 가족과 함께한 시간 속 특정 장소에서의 우연한 시각적 경험을 토대로 드라마틱하게 대비되는 빛의 효과와 그와 어우러진 숭고함을 포착하고 고전 회화의 형식으로 담아낸다.
<Neo Icon:만찬(가장 배부른 식사)> 시리즈는 2020년부터 지속된 연작의 현재진행형으로 유아시절 딸이 소꿉놀이용 장난감으로 아빠에게 차려준 밥상을 통하여 비록 장난감이지만 그 행위와 조합의 우연적 결과물을 통하여 성스러운 의미를 상기시킨다. 단순하고도 강렬한 원색의 장난감 고유의 색채가 주는 낯설고도 미묘한 미감과 함께 우스꽝스럽고 언밸런스한 아이 눈높이의 연출적 상황을 통하여 조형성과 회화적 가능성을 새삼 깨닫게 되며, 이를 다시 바라보고 기록하는 작업이다.
<Neo Icon:기묘한 풍경-무지개 터널> 시리즈는 가족과 외출 시 경험했던 무감했던 일상의 한 단편이자 풍경이 평소와는 다르게 아이들로부터 재해석되어 기묘하게 재인식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포착한다. 평소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답답했던 공간이 아이들이 반기는 특별한 놀이의 장소로써의 가치와 함께 의미부여 행위를 통하여 본인 역시도 마치 공상과학(SF) 만화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마냥 반갑고도 특별한 새로운 장소로 인식될 수 있도록 탈바꿈되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특유의 천진함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세상에 어른보다 더 쉽게 다가가 낯설었던 일상의 모든 상황을 적극 수용하면서 마치 그들만의 시각적 놀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