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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방으로부터 열린 시각
이관훈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2017

모든 예술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국내 작가로서 예술의 보편성을 갖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국내 예술교육시스템의 오류 때문이기도 하다. 조현익은 다년간 종속적이고 보수적인 학습의 틀 속에서 감각의 한 쪽 기능, 즉 미술 프레임 안에서의 중심적이고 전형적인 시각을 형성하게 되는데, 다행이었던 것은 그가 신진작가에서 벗어날 무렵 그러한 학습방식이 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그 안에서 의심과 반동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10여 년 동안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현상들을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겪었던 물성 중심으로 작업 양식을 구축했지만, 몇 년 전부터 변화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고 이번 경기창작레지던시 어드바이징 프로그램의 매칭으로 전환기를 맞는다. 그와 만남을 통해 그가 지닌 창작언어와 생각 그리고 작업 태도에서 발견한 것은 인식의 창(窓)과 프레임의 경계를 놓고 안이 아닌 밖(외형)의 지점들을 사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고의 혼란이 시작되면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 이르다 다시 원점에서 다양한 시점을 볼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계기로 인해 올해 12월에 열린 <믿음의 도리 II>(2018.12.9.-12.23, Space M) 개인전에서 변모한 상황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곳에서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해 질 가능성을 인지하게 되었고, 동시에 처음 시작한 사진의 예측할 수 없는 다변화된 현상을 한 자리에서 체험하는, 결과적으로 이미지(그림, 사진, 오브제 등)의 환영을 눈이 아닌 사고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전시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굳어진 자신의 시각을 유연하게 대체할 수 있는 방법적인 시도로 시각예술을 만드는 주체적 시각의 역할을 중첩한다는 것이다. 한 줄로 나열된 자유로운 시선의 흑백/컬러사진, 이어지다 말았지만, 여기에는 작가의 역할 의도가 담겨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기 아들(4세)에게 놀이의 대상으로 핸드폰 카메라를 줬고, 아들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자율적 시선들을 모아 다량으로 프린트하여 작가의 시각으로 선택하고 시퀀스 하였다. 그는 아들의 무의식적인 반응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본능적인 현상을 자각하고 반성의 태도로서 감각을 다시 원형으로 돌려놓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 사진으로서 정체성이 묘연한 <day>시리즈는 바깥이 아닌 작가의 주거지역인 집 안의 작은 공간에서 벌어진 작가의 유희적 상상을 바탕으로 자유로이 공간 전체를 부유했던 작업이다. 의도적으로 아들의 시선을 빌린 이 프로젝트는 의식 없는 어린아이가 작가의 주체적 대상으로 정해졌다. 무수히 많이 찍힌 사진들은 작가의 미세한 조형언어로 선택되고 시퀀스 되는 순간, 작가의 인식하는 관점에 따라 보이지 않는 공간의 기의 흐름과 성질 그리고 은유적 언어들로 개념화될 수 있다.

 

작은 방이지만, 공간 전체를 무한한 다변적인 현상으로 생각하면 우주와 같다. 이러한 ‘자아와 공간’ 맺기는 작업 하는 과정이 거듭될수록 생각의 지층이 쌓여 차원을 넘는 인식적 물음을 작가 스스로 갖게 될 것으로 본다. 그 화두를 통해 지금과는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지경을 넓히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는 창작의 첫발을 내디딘 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창작과 비평의 관계에서도 작가의 욕망은 현재와 다른 미래를 생성시키려는 분열적 욕망에 부딪힌다. 사유와 경험의 지경을 넓혀 해체된 언어들에 자기비판과 자의식의 되돌이표가 과한 욕망을 진정시킬 수 있는 처방이 된다면, 그것은 자연스러움 안에서 또 다른 예술적 아우라를 갖는 의미와 같다.

* 경기창작센터 어드바이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집필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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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은 프레임과는 또 다른 인식의 통로이다. 안과 밖을 잇는 경계로서 우리들의 기억을 망각이 아닌, 저 깊은 태속에 원형적 기억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2) 여기서 프레임이라는 의미는 액자의 틀을 넘어 인식적/심리적 관점에서 세상의 안과 밖을 경계 짓거나 위치시키는 것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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